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도서인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미리 봐서 대략적인 내용은 어느정도 간파하고 있는 상태에서 읽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둡고 더럽고 슬픈 것을 다루는 내용이라 보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막상 영혜가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에 대한 언급은 짧게만 나온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종아리를 맞은 일, 자신을 문 개를 잔인하게 죽여 먹게 되었던 일. 그 외에도 상처가 많아보이지만 그 상처에 대해서 영혜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었다.
영혜는 그러한 폭력에 대해 순응하는 것같은 이미지 이지만, 사실 내면에서는 뜨겁게 저항하고 끝까지 맞서싸우고 있었다.
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런 폭력에 대해 대응하고 도망쳤다면 영혜 자신에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혜는 저항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윤리를 좇고, 폭력에 대해 수동적 공격(passive agressive)적인 표현으로 모두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폭력과 멀어지기 위해 고민하고 애썼다.
하지만 영혜가 형부와의 비상식적인 관계는 또 다른 모양으로 언니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영혜는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다.
나는 오히려 언니의 얘기가 더 궁금하고 언니를 주인공으로 한 책을 읽고싶었다.
내용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전세계 사람들이 여기서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책의 평론을 찾아봤는데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문학의 세계는 깊고도 먼가보다.
그래도 한강 작가님의 필력이 정말 좋아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다. 영혜 자신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진술서를 듣고 어떤 상황이었을지 짐작하게 만드는 법정 추리 소설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아침부터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었는데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알사탕을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나도 뭔가 들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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